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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상가 왜 비어 있을까? 상업용지 계획기준을 다시 생각해 볼 때

    신도시에 들어서면 비슷한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파트에는 입주가 끝났지만 상가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고, 준공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비어 있는 점포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시다. 2025년 2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7%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도시 상가의 공실은 흔히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의 문제로 설명된다.

    하지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신도시에 필요한 상업공간의 양을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사용되는 오래된 상업용지 계획기준

    우리나라 신도시와 택지개발에서는 오랫동안 일정한 원단위를 이용해 상업용지 규모를 추정해 왔다.

    지구단위계획수립지침의 주거형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에서는 상업용지를 주거용지 면적의 5% 내외에서 계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제권과 생활권의 규모와 구조 등을 고려하여 적정 비율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과거 신도시 계획 관련 연구에서는 신도시 전체면적을 기준으로 한 상업·업무용지 원단위도 제시됐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신도시 상업용지 규모산정 개선방안 연구」가 인용한 건설교통부의 2004년 기준을 보면,

     

    구분 규모 상업·업무용지율
    자족적 신도시 990만㎡ 이상 또는 인구 20만명 이상 3~5%
    중규모 신도시 330만㎡ 이상, 인구 20만명 이하 4~6%

     

    로 제시되어 있다.

    국토연구원의 1995년 「신시가지의 적정 개발밀도 및 용도별 면적배분기준」에서도 자족적 신도시는 전체 개발면적의 3.0~4.8%, 중규모 신도시는 2.8~4.5% 수준을 제시했다.

    실제 2기 신도시에서도 판교 3.0%, 운정 3.3%, 오산 세교 3.4%, 김포한강 3.7%, 동탄1 4.2% 등 대체로 이와 유사한 범위에서 상업·업무용지가 계획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신도시에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법정 비율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원단위의 상당 부분이 1990년대와 2000년대의 도시와 소비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도시는 이미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상업용지 면적’만 보면 실제 상업공간을 알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토지이용계획도에 표시되는 상업용지 면적과 실제 도시가 완성된 뒤 공급되는 상업시설의 총량은 전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신도시의 상업기능은 상업용지에만 들어서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는 단지 내 상가가 들어간다.

    단독주택용지 중 점포겸용주택에는 근린생활시설이 들어가고,  준주거용지에도 음식점·카페·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신도시 계획기준」에서는 별도로 자족시설용지를 전체면적의 10~15%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자족시설용지에는 업무시설과 지식산업센터 등이 입지하는데, 해당 건축물의 저층부에도 각종 지원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이 배치된다.

    즉, 토지이용계획도에서는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도시가 완성되면 여러 용도의 건축물 내부에서 상업기능이 중첩된다.

    상업용지 밖에 존재하는 상업공간, 이른바 ‘숨은 상업공급’이 상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1기보다 상업용지 비율은 줄었는데 상가면적은 오히려 늘었다?

    이 문제를 잘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의 2025년 12월 마켓브리프는 신도시 상가 공급 문제를 분석하면서 1기와 2기 신도시의 차이를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비교한 대표 사례를 보면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은 인구 1인당 상가 연면적이 약 3~4㎡인 반면, 2기 사례인 세종·위례는 약 8~10㎡ 수준으로 분석됐다.

    흥미로운 것은 상업용지의 토지이용비율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다.

    1기 사례는 상대적으로 낮은 용적률과 저층 상가가 중심이었던 반면, 이후 신도시에서는 상업용지 면적 자체는 줄이면서도 7~10층 규모의 고층 상업건축물이 가능해졌다.

    토지는 줄었지만 그 위에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은 커진 것이다.

    따라서 신도시의 상업공급을 평가할 때 “상업용지가 전체면적의 몇 %인가” 만 보는 것은 점점 의미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토지면적’이 아니라 ‘상업기능 총량’을 계산해야 한다

    상업용지 계획의 순서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대체로

    계획인구 → 도시규모 → 상업용지 원단위 → 상업용지 면적

    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계획인구·소비력 → 도시 전체에 필요한 상업기능 → 필요한 상업시설 연면적 → 상업용지 외에서 공급되는 상업 연면적 → 필요한 상업용지 연면적

    핵심은 먼저 토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구 20만명의 신도시에는 상업용지를 몇 % 넣을 것인가?”

    라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 20만명이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업서비스의 총량은 어느 정도인가?”

    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상가, 근린생활시설, 준주거시설, 업무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에서 공급될 상업시설 연면적을 제외한 뒤 그 부족분을 별도의 상업용지에서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실제 도시가 완성된 후 공급되는 상업공간의 총량을 관리할 수 있다.


    세종시는 이미 이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세종 행복도시는 신도시 상업시설 공급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높은 상가 공실이 지속되면서 행복도시에서는 상업·업무용지의 총량과 배치를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상업업무용지 비율 역시 기존보다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추진되어 왔다.

    그럼에도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다음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 2024년 2분기 25.7%
    • 2025년 1분기 25.2%
    • 2025년 2분기 26.7%

    단순히 새로운 상업용지 공급을 줄이는 것만으로 이미 형성된 상업시설의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세종과 같은 계획도시는 높은 용적률을 활용한 상업건축물과 업무·자족시설 내부의 상업기능까지 존재한다.

    따라서, 상업용지의 토지비율보다 실제 공급 가능한 상업 연면적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소비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공급만 변한 것이 아니다.

    수요도 크게 변했다.

    2019년 약 134.6조원이었던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5년 약 275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 역시 2019년 약 9.7조원에서 2025년 약 41.6조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성장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소비방식 자체가 과거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이제 소비자는 물건을 사기 위해 반드시 상가를 방문하지 않는다.

    검색하고 주문해 집으로 배송받고, 음식 역시 식당 방문과 배달을 선택한다.

    따라서 과거와 동일한 인구가 존재하더라도 필요한 오프라인 상업공간의 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인구 10만명에게 필요했던 상업공간과 2020년대 인구 10만명에게 필요한 상업공간이 반드시 같을 이유는 없다.

    ※ 참고 :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 자료


    필요한 상가면적을 계산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상업시설에는 실제로 영업하는 사업자가 들어와야 한다.

    따라서 도시계획 단계에서 다음 질문도 함께 해야 한다.

    “그 공간에서 사업자가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가?”

    임차인의 영업이 지속되려면 매출에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금융비용, 배달·플랫폼 수수료 등을 제외한 뒤에도 적정한 영업이익이 남아야 한다.

    그런데 신도시 상가는 토지가격과 분양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상권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높다면 사업자의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결국 임차인이 나가고 공실이 발생한다.

    공실 증가 → 유동인구 감소 → 매출 감소 → 임차인 이탈 → 추가 공실 → 상권 쇠퇴

    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따라서, 적정 상업시설 규모를 산정할 때는 단순히 공간의 수요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임대료와 분양가격까지 연결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개발사업 입장에서는 상업용지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은 아닐까?

    여기서 도시계획과 개발사업 사이의 또 다른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신도시나 택지개발사업에서는 막대한 토지비와 기반시설비가 투입된다.

    사업시행자는 조성된 토지를 공급해 이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 도로·공원·녹지 등 공공시설은 사업성을 직접 만들어내는 용지가 아니다.

    반면, 상업용지는 일반적으로 높은 토지가치를 기대할 수 있고 공급방식에 따라 경쟁입찰 등을 통해 높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1·2기 신도시 평가에서 상업용지 미분양이 사업시행자의 자금압박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상업용지는 개발사업의 재원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분양성이나 사업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분양성이 불확실하더라도 사업성을 맞추는 과정에서 높은 처분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상업용지를 더 확보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상업용지의 경우 분양성이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종후 가치가 높게 평가되기 때문에 자금조달액을 높게 잡을 수 있고, 사업성이 양호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이를 입증하려면 실제 신도시별 토지이용계획, 토지공급가격, 감정평가액, 조성원가와 사업수지 등을 분석해보아야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문제의식은 필요하다.

    ‘개발사업을 성립시키기 좋은 토지이용계획’과 ‘도시가 완성된 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좋은 토지이용계획’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업용지를 늘려 개발사업의 사업성이 좋아지도록 하여 사업을 진행하더라, 준공 후 상가가 장기간 비어 있다면 그것을 성공적인 도시계획도 아니고 성공한 개발사업도 아니다.

     ※ 참고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상업용지를 몇 % 넣을 것인가에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결국 신도시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첫째,

    이 신도시에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상업기능이 필요한가?

    둘째,

    주거·업무·자족시설 등 다른 용도의 건축물 내부에서 공급되는 상업기능까지 포함하면 실제 공급되는 상업시설 연면적은 얼마가 되는가?

    셋째,

    그 면적을 제외하면 별도의 상업용지는 얼마나 필요한가?

    넷째,

    그 공간에서 영업하는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임대료와 분양가격은 얼마인가?

    이 네 가지가 함께 검토돼야 한다.

    도시계획의 목적은 도면 위에 주거용지·상업용지·공원·도로의 색을 나누는 데 있지 않다.

    도시가 완성된 뒤 사람이 살고, 장사가 되고, 공간이 계속 사용되어야 한다.

    신도시 상가 공실도 단순히 “상가가 너무 많다”는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도시에 필요한 상업기능의 총량을 어떻게 산정하고, 실제 건축물에 공급되는 연면적과 어떻게 연결하며, 그 공간에서 경제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

    라는 도시계획의 문제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